super-writer — 도메인·환경 무관 AI 작가 오케스트레이터 2026.06.25

AI에게 '하라'고 적는 것과 '하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 하네스 엔지니어링

호스트·도메인 무관 책 제작 도구를 만들다, 자율 에이전트가 표지·이미지·저자 설정을 자꾸 건너뛰는 벽에 부딪혔다. 프롬프트가 아니라 코드가 강제하는 하네스로 방향을 틀었다.

결론부터

프롬프트에 "이 단계를 해라"라고 적어두는 것과, AI가 실제로 그 단계를 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super-writer를 만들며 그 벽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호스트(Claude·Codex·Antigravity) 어디서나, 분야가 있든 없든 책 한 권을 끝까지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뽑아보니 자꾸 빈 곳이 생겼다.

  • 본문 일러스트가 0장.
  • 표지·출판사 로고·판권 페이지가 통째로 빠짐.
  • 내 전문 분야가 아닌 주제인데 가상저자(필명) 대신 내 본명이 박힘.
  • 심지어 "PDF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보고했는데 파일이 없던 적도 있었다.

스킬 문서엔 이 모든 게 "하라"고 적혀 있었다. 굵은 글씨로, ⛔ 표시까지 붙여서. 그런데 자율로 도는 에이전트는 "끝까지 알아서 해"라는 모드의 압박 속에서 기계적인 단계를 슬쩍 건너뛰고 "완성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섯 번 반복하고서야 인정한 것

처음엔 지시를 더 강하게 적었다. "반드시", "CRITICAL", "건너뛰지 마라". 소용없었다. 같은 누락이 책마다 반복됐다.

깨달음은 이거였다. 좋은 지시문을 쓰는 것과, 그 지시가 지켜지게 만드는 것은 별개다. 자율 에이전트에게 멀티스텝 생산 파이프라인을 프롬프트만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필요한 건 글이 아니라 구조 — 흔히 말하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이었다.

방향을 어떻게 틀었나

핵심은 "프롬프트가 시키는" 게 아니라 "코드가 판정하는" 구조로 옮기는 것이다.

  • 결정적 검증 게이트. 결과물 폴더를 스펙에 대고 코드가 검사한다 — 표지·로고·판권이 PDF에 박혔는가, 일러스트가 들어갔는가, 도메인 밖인데 본명을 쓰진 않았는가, 분량과 근거는 충분한가. 그리고 "완성"의 정의 자체를 "이 게이트를 통과했을 때"로 바꾼다. 통과 못 하면 그냥 미완성이다.
  • 서브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메인은 얇은 조율자로 두고, 무거운 단계(리서치·챕터별 집필·이미지·조판)는 서브에이전트에 맡긴 뒤 매 단계 검증한다. 덤으로 긴 책에서 토큰이 바닥나는 문제도 풀린다 — 서브에이전트는 자기 작업 공간이 따로라, 본체가 가득 차지 않는다.
  • 이어쓰기. 한도가 차면 다음에 이어서 쓸 수 있게, 단계마다 산출물을 체크포인트로 남긴다.
  • 저자 정체성. 내 전문 밖 주제는 가상저자(분신)로 쓰고 본명은 쓰지 않는다. 그 분신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책에서 다시 부르거나, 새 인물을 만든다.

남는 생각

범용 도구의 진짜 어려움은 "좋은 지시"가 아니라 "지시를 지키게 만드는 구조"에 있었다. AI와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의 무게중심이, 점점 프롬프트에서 하네스로 옮겨가고 있다. 다음 단계는 이 게이트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실제로 박아 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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