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 전에 전부 적는다 — 실사용 피드백 라운드 3
2.0.0을 실제 책 제작에 굴리며 나온 버그 넷과 기능 요청 셋. 바로 고치지 않고 먼저 기록한 이유.
2.0.0 빌드를 실제 책 제작에 굴리면서 버그 넷과 기능 요청 셋이 나왔다. 이번에는 바로 고치지 않았다. 전부 계획 문서와 로드맵에 먼저 적어두고, 수정은 다음 라운드로 넘겼다. 고치는 것보다 잃어버리지 않는 게 먼저다.
실사용에서 나온 버그 넷
1. 지금 어떤 AI로 돌고 있는지 안 보인다. 파이프라인이 도는 동안 상단 상태 표시에는 단계 이름만 나온다. 글은 codex인지 claude인지, 이미지는 뭘 쓰는지 — 괄호 하나면 되는 정보인데 없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지금 뭐가 돌고 있었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2. 디자인 단계의 위치가 직관과 어긋난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집필 → 삽화 → 디자인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파이프라인은 집필 → 디자인 → 삽화 순서다.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다 — 이 "디자인" 단계는 조판 디자인이 아니라 삽화가 따라갈 스타일 방향 문서를 만드는 단계라서, 삽화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순서가 틀린 게 아니라 이름이 틀렸거나, 사용자가 기대하는 진짜 조판 디자인 선택 단계가 따로 없는 것이다. 단순히 순서를 바꾸면 삽화가 참조할 스타일이 사라지므로, 라벨 정리와 조판 디자인 단계 신설을 묶어서 설계하기로 했다.
3. 색상 필드의 컬러 코드가 또 잘린다. 지난 라운드에서 필드 폭을 고쳤는데, 다른 화면에서 같은 증상이 또 나왔다. 색 스와치 안의 #코드 글자가 잘려 보인다. 공용 위젯 쪽 문제일 가능성이 있어서 위치부터 특정해야 한다.
4. 80페이지를 채우려고 빈 페이지가 생긴다. 이게 제일 심각하다. 목표 분량을 억지로 맞추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없는 여백 페이지가 들어갔다. 분량이 모자라면 콘텐츠로 채우거나 목표를 낮춰야지, 빈 지면으로 때우는 책은 책이 아니다.
기능 요청 셋 — 전부 "사용자의 자리"에 관한 것
써 보니 결국 한 방향이었다. 지금 파이프라인은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데, 사람이 개입할 자리가 더 필요하다.
- 기획을 내가 주도하고 싶다. 자료를 넣는 단계에서 집필 방향과 상세 기획, 책에 넣을 이미지까지 직접 제공하고 — AI는 그 기획에 피드백을 주되, 자료조사·수요검증과 어긋날 때 내 기획을 철저히 따를지, AI 판단대로 갈지, 절충할지를 내가 고른다. 제공한 이미지를 그대로 쓸지 재생성할지도 마찬가지.
- 내지 디자인 컨셉을 미리 고르고 싶다. 완성 후에 테마를 입히는 지금 방식 말고, 디자인 탭에서 스타일 샘플을 먼저 고르고(내 커스텀 디자인도 등록하고) 시작하는 흐름.
- 머릿말/꼬리말과 페이지 단위 편집. 마스터페이지 개념, 그리고 완성된 책을 페이지별로 열어 배경과 이미지를 생성·삽입하는 인디자인 같은 어드밴스 모드. 이건 이미 3.0 로드맵에 상세 설계가 있어서, 이번 피드백의 프레이밍만 보탰다.
왜 바로 안 고쳤나
직전 라운드에서 급한 불(모델 오류 표출, 연결 확인 79초 → 0.2초)은 껐다. 이번 것들은 하나하나가 설계 판단을 요구한다 — 특히 디자인 단계 순서는 의존 관계가 걸려 있고, 빈 페이지는 분량 게이트와 조판 양쪽을 봐야 한다. 이런 건 피곤한 밤에 손대면 부러진다. 대신 증상, 원인 가설, 관련 코드 위치까지 적어서 계획 문서에 넣어 뒀다. 다음 세션의 내가(정확히는 다음 세션의 AI가) 이 기록만 읽고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만들 때보다 쓸 때 더 많이 배운다. 세 번째 라운드째 같은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