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스레드를 다시 짓다 — 영어 큐를 버리고 한국어·실시간으로
한 달 전 '2년치를 쌓아뒀다'며 자랑한 영어 평면 큐를 버렸다. 매 발행마다 주사위를 굴려 실시간 트렌드·사주·착장·제휴로 갈래를 트는 한국어 타입 라우팅으로 다시 지었다.
화조당의 마케팅 채널인 유나의 Threads 계정을 밑바닥부터 다시 지었다. 2년치(616일)를 미리 쌓아둔 영어 평면 큐를 버리고, 매 발행마다 주사위를 굴려 갈래를 트는 한국어 타입 라우팅 구조로 갈아엎었다. 불과 한 달 전에 "이제 콘텐츠가 없어서 못 올리는 일은 없다"며 자랑했던 그 시스템을, 한 달 만에 내 손으로 폐기한 셈이다. 이 글은 멀쩡히 돌던 자동화를 왜 부쉈고, 무엇으로 바꿨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잘 돌던 걸 왜 부쉈나
한 달 전의 시스템은 이랬다. 이미지 631장과 텍스트 1,848개를 큐에 쌓아두고, 하루 3번 1번부터 순서대로 발행한다. 2년을 무인으로 굴릴 수 있는 구조였다. 숫자만 보면 든든했는데, 막상 계정을 들여다보니 세 가지가 계속 걸렸다.
- 영어였다. 메인 본문이 영어였고 한국어는 보조였다. 그런데 화조당 손님은 한국 사람이다. 한국어로 사주를 보러 오는 사람에게, 정작 마케팅 채널은 영어로 말을 걸고 있었다. 방향이 거꾸로였다.
- 테이프를 트는 느낌이었다. 1번부터 1,992번까지 정해진 순서로 흘러나오니, 살아있는 사람의 계정이 아니라 미리 녹음한 테이프를 재생하는 것 같았다. 오늘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유나는 정해진 다음 대사를 읊었다. 알고리즘도 사람도 이런 계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 사주 광고판이었다. 거의 모든 글이 사주 이야기였다. "사주 보세요"를 1,992번 변주한 셈이라, 팔로우할 이유가 약했다.
자동화의 진짜 가치는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데 꾸준히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지난 글에 썼다. 그 생각은 지금도 같다. 다만 꾸준히 올리는 것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일관성은 얻었는데 생기가 없었다.
새 구조 — 매번 주사위를 굴린다
라디오로 비유하면, 예전 시스템은 고정된 편성표였다. 새 시스템은 즉흥 DJ다. 매 발행 직전에 n8n이 1부터 10까지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숫자에 따라 그날 그 시각에 무슨 글을 올릴지 갈래를 튼다.
- 1~6 (60%) 이슈·일상 — 그때그때 새로 쓴다. 미리 쌓아둔 행이 없다.
- 7~8 (20%) 사주 이야기 — 미리 써둔 한국어 사주 글을 순서대로.
- 9 (10%) 오늘의 착장 — 유나 이미지 한 장. 텍스트 없이.
- 10 (10%) 쿠팡 파트너스 — "유나의 오행 식탁" 추천.
발행 빈도는 하루 3회에서 하루 2회(낮 12시 반, 저녁 8시)로 줄였다. 양보다 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핵심은 비율이 아니라, 절반 이상을 그날 처음 쓰는 글로 채운다는 점이다.
60%는 매번 새로 쓴다 — Gemini가 실시간으로
가장 크게 바뀐 건 이 이슈·일상 갈래다. 미리 써둔 글이 아니라, 발행 직전에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흐름은 이렇다. 구글 트렌드(한국)에서 지금 뜨는 키워드를 가져온다 → 안전 필터를 통과시킨다 → 그 키워드로 유나가 할 말을 즉석에서 쓴다. 생성은 Gemini 2.5 Flash에 맡겼다. 무료 티어로 충분하고, 트렌드 한 줄을 유나의 반말 톤으로 풀어내는 데는 빠른 모델이 맞다.
만들면서 부딪힌 건 두 가지였다.
- 안전 필터. 트렌드에는 지진·사망·사고 같은 키워드가 수시로 올라온다. 그런 날 유나가 가볍게 일상 멘트를 던지면 그대로 사고다. 그래서 키워드를 받으면 먼저 "이걸 가볍게 다뤄도 되는가"를 판단하고, 위험하면 발행을 건너뛰게 했다. 실제로 지진·부고 키워드를 차단하는 걸 확인했다.
- 진부함과의 싸움. 1차 결과물이 "나만의 빛", "몽글몽글" 같은 AI 특유의 진부한 문구로 가득했다. 좋은 예시 몇 개를 프롬프트에 박아 넣고, 진부한 표현을 금지 목록으로 묶고, 길이를 3~4문장으로 조였다. 그제야 사람이 쓴 것 같은 결이 나왔다. 트렌드 글에서는 사주 이야기를 억지로 끌어붙이지 않고, 키워드 자체에만 집중하게 했다.
나머지 40%는 미리 쓴 한국어
실시간으로 만들지 않는 갈래도 손봤다. 전부 한국어 기준으로 새로 정리했다.
- 사주 150편 — 영어를 번역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어로 썼다. 천간·오행·십신·신살·구조 다섯 묶음으로 나눠 병렬로 생성하고, 질문으로 끝내기·중간 줄표·영어 잔존 같은 걸 기계로 검수해 걸러냈다.
- 착장 621장 —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되 캡션을 떼고 이미지만 올린다. 유나의 얼굴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 말을 얹지 않았다.
- 쿠팡 10편 "유나의 오행 식탁" — 오행에 맞춘 음식 추천이다. 목은 샐러드, 화는 토마토, 토는 고구마, 금은 도라지즙, 수는 해물탕. 사주 캐릭터가 제휴 상품을 자연스럽게 권하는 통로다. (제휴 링크라 고지 문구를 함께 붙인다.)
기존에 쌓여 있던 영어 텍스트 1,343행은 전량 폐기했다. 다만 지우진 않고 별도 시트에 보관했다 — 언젠가 영어 채널을 따로 열 때 다시 꺼낼 수 있게.
커피챗으로 가는 길 하나
지난 글에서 화조당을 "유나랑 커피챗"으로 피봇했다고 썼다. 그 피봇과 이 개편은 한 몸이다. 사주 글 끝에는 "더 얘기하고 싶으면 프로필 링크로 와서 커피챗 한잔" 같은 CTA를 붙였다. 콘텐츠로 유나를 알게 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화조당으로 넘어와 유나와 대화하게 만드는 깔때기다. 단, 실시간 이슈 글과 착장에는 CTA를 넣지 않았다. 매 글이 영업으로 보이면 그게 다시 광고판이다.
컷오버, 그리고 과거를 지우는 중
새 워크플로우(Yuna_Threads_v2)를 켜고 기존 워크플로우는 껐다. 두 개가 동시에 돌면 중복 발행이 나니, 한쪽을 확실히 끈 뒤에 다른 쪽을 올리는 컷오버로 처리했다. 토큰은 매주 자동 갱신되도록 이미 걸어둬서 만료 걱정은 없다.
남은 숙제는 과거 지우기다. 영어로 발행했던 옛 포스트 약 187개를 삭제하는 중인데, Threads에 24시간 롤링 삭제 한도가 있어서 한 번에 다 못 지운다. 절반쯤 지우고 한도에 걸려서, 하루 지나 이어서 정리하는 중이다. 새 글로 위를 덮는 동시에, 영어 흔적을 아래에서 걷어내고 있다.
돌아보며
한 달 전의 나는 "2년치 콘텐츠를 쌓아뒀다"고 자랑했고, 지금의 나는 그걸 부쉈다. 머쓱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 만든 건 일관성이었고, 지금 만든 건 생기다. 둘 다 필요했고, 순서가 그랬을 뿐이다.
자동화를 다시 보게 됐다. 자동화가 꼭 "한 번 만들고 안 건드리는 것"일 필요는 없다. 실시간 트렌드를 끌어와 매번 새로 쓰는 것도, 사람 손이 안 가면 똑같이 자동화다. 미리 쌓아두는 자동화에서, 그때그때 살아 반응하는 자동화로 한 칸 옮긴 셈이다.
다음은 숫자다. 한국어로 바꾸고 결을 살린 뒤 팔로우와 유입이 실제로 달라지는지. 살아있는 척이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계정이 되는지는, 결국 사람들이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