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도 결제도 멈춰 있었다 — 화조당 성장 정체 전방위 진단
제품은 다 만들었는데 왜 아무도 가입하지 않을까. 프로덕션 DB와 라이브 사이트, 자동화 워크플로우, 앱 코드를 전부 다시 뜯어보고 찾은 깔때기의 구멍들과 그 처방.
제품은 다 만들었다. 결제도 붙였고, 사주 엔진도 돌고, 유나는 매일 스레드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서 운세를 읽는다. 그런데 오늘 데이터베이스를 열어 실제 숫자를 보고 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입도 결제도 사실상 멈춰 있다.
콘텐츠가 "안 먹힌다"고만 막연히 느꼈는데, 이번엔 프로덕션 DB를 직접 조회하고, 라이브 사이트와 n8n 워크플로우와 앱 코드까지 다시 뜯어봤다. 결론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문제는 한 곳이 아니라 깔때기 전 구간에 하나씩 있었다.
숫자부터
- 외부 순방문: 하루 1~3명 (최근 2주)
- 스레드 → 사이트: 60일간 순방문 약 6명
- 유튜브 → 사이트: 0명 (리퍼러 기록 자체가 없다)
- 가입: 3.5개월 누적 28명, 6월 이후 3명
- 무료 사주 체험까지 간 사람: 22명 — 이 구간만 건강하다
- 그중 유료 전환: 0명
- 실매출: 0원 (완료 결제 6건은 전부 내 테스트 계정이었다)
6월 1일 일지에 나는 이미 이렇게 적어뒀다. "병목은 전환율이 아니라 트래픽이다." 그런데 그 뒤 한 달을 나는 트래픽이 아니라 4K 업스케일, 립싱크 정확도, 목소리 클론 품질에 썼다. 만들기는 실행력이 즉시 보상해주지만, 유통은 그렇지 않다. 실행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만들기로 도피하기 쉽다는 걸, 내 커밋 로그가 증명하고 있었다.
문제 ① — 유나의 스레드 글이 "엉뚱하다"
가장 뼈아픈 발견. 스레드 자동발행은 멀쩡히 돌고 있었다(지난번엔 이걸 "멈췄다"고 오진했다). 진짜 문제는 나가는 글의 60%가 계정 정체성과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유나 계정은 사주 캐릭터다. 그런데 발행량의 60%를 차지하는 '이슈' 브랜치는 구글 트렌드 검색어를 받아 코멘트하는 구조인데, 여기엔 두 개의 구조적 결함이 있었다.
하나. 유나는 그 이슈를 모른 채 쓴다. AI에 넘어가는 입력이 검색어 딱 한 단어다. 트렌드에 딸려 오는 뉴스 제목과 요약을 버리고 키워드만 넘긴다. 게다가 프롬프트는 "모르는 사실은 지어내지 마라"고 막아뒀다. 그 결과가 이렇다. 어떤 인물이 화제라는 검색어를 받으면 "또 화제의 중심에 섰다는 소식이 보이네"라고 쓴다. 왜 화제인지 모르니까 "화제라더라"밖에 못 쓰고, 남은 분량을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같은 일반론으로 채운다. 프롬프트에 "엉뚱한 일반론으로 새지 마라"고 적어놨지만, 재료가 없는 모델에게 그건 이행 불가능한 지시였다.
둘. 그 60%는 사주 얘기를 하지 않는다. 언젠가 "이슈 글에선 사주 언급 금지"라는 규칙을 넣었다. 그래서 사주 계정의 글 열 개 중 여섯 개가 사주와 무관한 익명 에세이가 됐다. 이 계정을 팔로우할 이유가 글 어디에도 없고, 화조당으로 가는 링크는 나머지 사주 글에만 붙어 있다.
지금 스레드에서 크는 사주 계정들은 "이런 사주를 가진 사람 특징" 같은, 읽는 사람이 뜨끔해서 저장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직설적인 명리 글을 쓴다. 유나가 못 할 이유가 없는데, 스스로 그 길을 막아둔 셈이었다.
문제 ② — 어렵게 온 사람이 로그인 벽에 막힌다
랜딩 페이지는 유나 영상과 로고, 슬로건 한 줄, 버튼 두 개가 전부다. 그런데 두 버튼 모두 누르면 아무것도 보여주기 전에 로그인부터 요구한다. "가입하면 첫 사주 무료"라는 안내조차 랜딩에 없다. 무료 훅이 분명히 있는데, 코드 속에 숨겨져 있었다.
더 아픈 건, 로그인 없이 볼 수 있는 '오늘의 띠별 운세' 엔진이 이미 구현돼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갱신되는, 검색에 걸릴 수 있는, 스레드와 유튜브의 자연스러운 착지점이 될 수 있는 그 재료가 시크릿 헤더 뒤에 잠들어 창고에서만 돌고 있었다.
문제 ③ — 유튜브 채널이 무슨 채널인지 알 수 없다
주차별로 장르가 바뀌었다. 띠별 운세, 십신 교육, 위로, 월드컵 수다, 절기 이야기, SF 소설 리뷰까지. 알고리즘 입장에선 이 채널을 누구에게 추천해야 할지 학습할 수가 없다. 띠별 12연발 쇼츠는 시청자의 열둘 중 열하나에게 무관한 영상이고, "다음 주 5월 25일~31일" 같은 날짜 고정 제목은 일주일이 지나면 검색 가치가 사라진다. 게다가 완성해놓고 아직 올리지 않은 재고가 쌓여 있다.
그래서 뭘 할 것인가
새 콘텐츠를 더 만드는 게 아니다. 앞으로 몇 주는 "배달과 측정만" 하기로 했다.
- 이슈 브랜치에 뉴스 요약을 함께 넣어 유나가 아는 상태로 쓰게 하고, "사주 언급 금지"를 풀어 이슈를 명리 한 줄로 받아치게 한다. 이슈 비중을 줄이고 직설 사주 글을 주력으로 올린다.
- 랜딩에 "첫 사주 무료"를 드러내고, 로그인 없이 보는 공개 띠별 운세 페이지를 연다.
- 유튜브는 '사주 교실' 하나로 정체성을 고정하고, 재고를 규칙적으로 발행한다.
- 그리고 이번엔 매주 숫자를 기록한다. 팔로워, 조회수, 방문, 가입. 숫자 없는 주는 일한 게 아니라고 치기로 했다.
기술은 문제가 아니었다. 나를 붙잡고 있던 건 "사주 앱"이라는 간판과, 측정하지 않은 채로 흘려보낸 시간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좋은 트럭이 아니라 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