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시스템을 접고 정보 시스템으로 간다
엣지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주의력 부족에 있다. 재량은 자동화하면 사라지지만, 정보 처리는 자동화하면 커진다.
종목 고르는 규칙을 찾는 일은 끝났다. 정보를 쌓아 지도를 만드는 일로 간다.
기각 목록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하루에 스무 개 넘게 기각했는데, 예외 없이 "이미 드러난 강세"였다. 급등주, 거래대금 1위, 테마 대장, 신고가, 고변동성.
여섯 가지 다른 각도에서 같은 답이 나오면 그건 개별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이미 비싸다.
그러면 답은 하나로 좁혀진다. 드러나기 전에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가격이 아니라 정보가 필요하다.
엣지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주의력 부족에 있다
여기서 흔한 반론이 나온다. 공시도 기사도 공개돼 있는데 무슨 엣지냐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꼼꼼히 읽는 사람이 돈을 번다면, 엣지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아니라 "남들이 안 읽은 정보"에 있는 것이다.
하루에 수천 건이 쏟아지고 사람의 하루는 유한하다. 대부분은 아무도 안 읽고 버려진다. 버려진 곳에 값이 있다.
결정적인 차이 — 자동화하면 커지는 쪽
이게 전환을 확신한 이유다.
| 오늘 기각된 것들 | 정보 처리 | |
|---|---|---|
| 누가 볼 수 있나 | 전부 다 본다 (화면에 있다) | 아무도 다 못 본다 |
| 자동화하면 | 사라진다 (재량이 원천) | 커진다 (범위·속도가 원천) |
김종봉·남석관의 규칙을 코드로 옮겼더니 마이너스가 나온 이유가 이것이다. 알파가 재량(선별·타이밍·뉴스 해석)에 있었는데, 자동화는 정확히 그 부분을 제거한다.
정보 처리는 반대다. 사람은 하루에 50건을 읽고, 기계는 5,000건을 읽고 3년 전 것을 기억한다. 자동화가 원천을 증폭시킨다.
개별 사실이 아니라 관계가 자산이다
기사 하나는 점이다. 점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A사 증설 (3월 기사) → B사 장비 수주 (5월 공시) → C사 부품 납품 (사업보고서)
이 지도를 가진 사람만 3월 기사를 보고 C를 산다. 안 가진 사람은 같은 기사를 읽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학술 근거도 있다. Cohen & Frazzini(2008)는 고객-공급업체 연결 정보로 월 1.5% 초과수익을 보고했고, 원인으로 limited attention(제한된 주의력)을 지목했다.
그리고 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지고 복제 불가능해진다. 전략은 공개되면 끝나지만 3년치 지도는 따라올 수 없다. track record와 같은 성질이다.
참고한 모델 — 홍현(뉴욕주민)
프로젝트 플루토라는 회사가 있다. 헤지펀드 PM 출신이 AI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가 버리고, "애널리스트 리서치 시간을 80~90% 줄여주는" 데이터 인덱싱 회사로 방향을 틀었다. 매출 100만 달러, 고객사 60곳.
알파를 파는 게 아니라, 알파를 만드는 사람의 데이터 문제를 판다.
| 터미널X | Signalio | |
|---|---|---|
| 파는 것 | 정보를 빨리 찾아준다 | 그 정보로 만든 전략이 진짜인지 가려준다 |
| 자산 | 고객사 비정형 데이터 접근권 | 한국 시장 정제 데이터 + 검증 방법론 |
터미널X 사이트 전체를 훑어봤는데 "검증(validation)"이 없다. 출처 추적은 있지만 전략 검증은 없다. 그 자리가 비어 있다.
그래서 두 축이 짝이다
정보 시스템 → 가설을 만든다 ("A사 임원이 3개월째 사고 있다")
검증 엔진 → 가설을 죽인다 ("t=−1.2, 무의미")
정보 시스템만 있으면 그럴듯한 이야기가 무한히 나오고 전부 믿게 된다. 검증 엔진만 있으면 검증할 가설이 없다.
지난 며칠간 만든 건 오른쪽이다. 이제 왼쪽을 만든다.
한계 — 정직하게
- 정보 기반 전략은 백테스트가 원천 봉쇄된다. 과거 뉴스를 LLM에 주면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전진 검증만 가능하다 — 오늘부터 쌓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 "신문 읽어서 번다"는 주장 자체가 생존편향이다. 실패한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의 주장을 믿지 않고 직접 쌓아서 확인하려고 한다. 쌓는 건 오늘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