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AI영상공모전 2026.06.15

AI가 공모전을 대신 출품해 준다 — ai-contest-video 파이프라인

요강만 던져주면 컨셉부터 영상·음악·제출 서류까지 Claude Code가 만든다. 한 달간 아홉 개 공모전을 이 스킬 하나로 출품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전국 AI 영상 공모전 아홉 곳에 출품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한 일은 거의 없다. "이 공모전 해줘"라고 말하고, 다 만든 영상을 보고 "여기 고쳐"라고 몇 번 거든 게 전부다. 나머지 — 요강 읽기, 컨셉 잡기, 그림 그리기, 영상 만들기, 노래 짓기, 자막 달기, 제출 서류 쓰기 — 는 Claude Code에 내가 만들어 둔 스킬 하나(ai-contest-video)가 해냈다.

이 글은 그 파이프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다음 글부터는 이 스킬로 만든 작품을 하나씩 정리한다.

비유하자면, 영상 한 편을 통째로 맡는 PD 한 명

이 스킬은 외주 PD 한 명을 고용한 것과 비슷하다. 클라이언트(나)는 "이런 공모전이 있다"며 요강을 건넨다. PD는 알아서 기획안을 쓰고, 콘티를 짜고, 촬영·녹음·편집·자막까지 끝내 완성본을 가져온다. 클라이언트가 하는 일은 마지막에 "좋다, 가자" 혹은 "이 부분 다시"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다른 점이라면, 이 PD는 카메라도 배우도 스튜디오도 없이 전부 AI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무자본이다.

1. 요강을 '제약'으로 번역한다

공모전마다 규격이 다르다. 세로냐 가로냐, 길이는 몇 초인지, 용량 제한, 제출 채널, 그리고 가장 중요한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가'. 스킬은 요강 전문을 통째로 저장한 뒤 거기서 두 개의 표를 뽑는다.

  • requirements.json — 규격·금지·필수 사항(비율, 길이, 코덱, 저작권, AI 사용 고지 등)
  • rubric.json — 심사 배점(창의성 25점, 주제 적합 25점… 처럼 요강에 적힌 그대로)

규격은 추측하지 않는다. 비율이 불분명하면 멈추고 확인한다. 예전에 가로로 가정하고 다 만들었다가 알고 보니 세로 숏폼이라 전부 다시 만든 적이 있어서다.

2. 컨셉은 '에이전트 토론'으로 잡는다

이게 핵심 차별점이다. 스킬은 "A안·B안·C안 중 골라"라고 나한테 떠넘기지 않는다. 대신 여러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들 — 심사위원, 시나리오 작가, 광고 CD, 확산 전문가 — 이 'War Room'에서 후보를 내고 서로 비평하고 반박하며 단 하나의 주제 → 제목 → 시나리오로 수렴한다.

짧은 영상일수록 주제는 하나여야 한다(less is more). 30초에 키워드를 다 욱여넣으면 메시지가 흐려져 떨어진다. 그래서 토론의 목적은 "가장 많이 담기"가 아니라 "가장 날카롭게 하나만 남기기"다. 수렴된 컨셉만 나에게 한 번 보고하고, 내가 뒤집지 않으면 그대로 제작에 들어간다.

3. 제작은 끝까지 자율

컨셉이 잠기면 그다음은 승인 게이트 없이 제출 직전까지 알아서 간다.

  • 이미지(키프레임): Codex CLI로 GPT-image 생성
  • 영상 클립: 원격 ComfyUI의 LTX-Video 2.3으로 image-to-video·변신 클립
  • 나레이션: Qwen3-TTS (음색까지 설계/복제)
  • 음악·효과음: ACE-Step으로 BGM·노래, ffmpeg으로 효과음 합성
  • 편집·자막·음량: ffmpeg으로 컷 정리, 자막 번인, −14 LUFS 라우드니스

마지막엔 규격 준수 검증을 돌리고, 영상과 함께 기획안·AI 사용 고지서·제출 체크리스트까지 묶은 패키지를 만든다.

핵심 원칙: 나에게 가져오는 건 '완성품'뿐

이 파이프라인의 철학은 한 줄이다. 사용자에게 선택을 묻지 마라. 컨셉도, 컷도, 음색도, 심지어 '다음에 어떤 공모전을 할지'까지 — 조사와 판단과 결정은 전부 AI가 한다. 중간 선택지로 내 시간을 쓰지 않는다. 내가 받는 건 볼 수 있는 결과물, 즉 최종 영상과 제출 패키지뿐이다.

그리고 최적화 목표는 조회수가 아니다. 심사기준 충족 + 규격 준수 + 원본성 증빙 세 가지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심사위원을 위해 만든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

그래도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둘 있다.

  1. 방향 판단 — 완성본을 보고 컨셉이 틀렸으면 뒤집는 것. AI는 '재미'를 직접 느끼지 못하고, 만든 나레이션을 귀로 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 감각의 검수는 사람 몫이다.
  2. 제출 버튼 — 실제 이메일 발송, SNS 업로드처럼 돌이킬 수 없는 외부 행위는 내가 직접 누른다.

다음 글부터

이 스킬로 만든 작품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경북·광주(ACC)·중진공·백제·사조·KT·가덕도·임업진흥원·파주. 깔끔하게 통과한 것도, 한 번에 안 나와 통째로 갈아엎은 것도 있다.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도 그대로 적을 생각이다. 무자본으로 공모전에 도전한다는 게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그게 이 프로젝트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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