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소월드를 시작했다 — 게임 20개가 아니라 캐릭터 20번
웹 미니게임의 광고 수익 천장은 낮다. 그래서 목표를 게임이 아니라 캐릭터에 뒀다. 먼지뭉치 '보플'과, 게임을 늘려도 사이트를 재배포하지 않는 구조에 대해.
웹 미니게임 사이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쿠소월드(KusoWorld). '쿠소게'는 일본어로 망겜이라는 뜻이다.

게임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미니게임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하면 보통 "게임을 몇 개나 만들 건데?"를 먼저 묻는다. 나는 그 질문을 일부러 피했다.
웹 미니게임의 광고 수익 천장은 낮다. 트래픽이 아무리 붙어도 게임 자체로는 크게 벌리지 않는다. 그래서 목표를 하나 옮겼다. 게임 20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캐릭터 하나를 20번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이렇게 뒤집으면 각 게임의 완성도가 낮아도 손해가 아니다. 게임은 IP를 노출시키는 광고판이고, 사이트는 그 광고판을 계속 찍어내는 공장이 된다. 진짜 돈은 이모티콘·굿즈·라이선싱 쪽에 있고, 거기까지 가려면 필요한 건 '잘 만든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보는 캐릭터'다.
그래서 캐릭터를 먼저 못 박았다
게임부터 만들면 게임마다 캐릭터가 달라지고, 그러면 IP가 안 쌓인다. 순서를 반대로 갔다.
캐릭터 이름은 보플(BOPPLE). 버려진 게임기 뒤 먼지에서 저절로 생겨난 털뭉치다. 청소기에게 빨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평생 도망 다닌다.
컨셉을 고를 때 기준은 귀여움이 아니라 IP 수익화에서 역산한 조건이었다.
- 도형 3개 이하로 그려질 것 — 픽셀아트·3D·이모티콘·굿즈 어디에나 이식된다
- 실루엣만으로 식별될 것 — 굿즈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기준
- 표정 변화가 클 것 — 카카오 이모티콘 승인의 핵심
- 색은 2~3개로 고정 — AI로 아트를 뽑을 때 일관성이 유지된다
먼지뭉치는 여기에 다 들어맞으면서, 털이라는 물성이 곧 실물 인형·키링의 촉감으로 바로 연결된다. 게다가 가벼움·정전기·뭉침·흡입 위험이라는 성질 네 개에서 게임 장르가 자동으로 파생된다.
유일한 약점은 "너무 순해서 쿠소 감성이 죽는다"는 거였는데, 청소기라는 상시 위협과 체념한 표정을 기본값으로 박아서 해결했다. 귀엽지만 늘 시달리는 캐릭터. 밈이 되는 조건이다.
게임을 추가할 때 사이트를 건드리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딱 하나만은 타협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나 늘릴 때마다 사이트를 재배포해야 하면 이 프로젝트는 죽는다.
그래서 Cloudflare Workers 위에 올리되, 게임 번들은 코드에 두지 않고 R2(오브젝트 스토리지)에 올린다. 사이트는 요청이 오면 R2에서 해당 게임의 해당 버전을 꺼내 서빙한다. 게임을 추가하는 일이 배포가 아니라 API 호출 한 번이 된다.
node scripts/publish-game.mjs games/bopple-hook
게임 규격도 먼저 못 박았다. 외부 CDN 금지, iframe 안에서 postMessage로만 부모와 통신, 모바일 터치 필수, 번들 5MB 이하, 첫 로딩 3초 이내. 그리고 캐릭터는 반드시 등장할 것. 규격을 지키면 랭킹·포인트·통계가 SDK 호출만으로 자동으로 붙는다.
구성은 Workers(Hono) + D1 + R2 + KV + Turnstile. 전부 무료 티어 안이라 연 운영비가 도메인 값 2만원 이하다.
첫 게임은 원버튼 아케이드
「보플 훅」. 탭할 때마다 훅 떠올라서 기둥 사이를 통과하는, 설명이 한 줄로 끝나는 게임이다. 첫 게임을 단순하게 잡은 이유는 게임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도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다.
만들면서 얻은 교훈 하나. 처음엔 난이도를 '구멍이 점점 좁아지는' 방식으로 올렸는데, 이건 오차 허용치만 깎을 뿐 게임이 요구하는 능력을 바꾸지 못했다. 속도를 올리는 쪽으로 바꾸니 비로소 '앞을 읽는 시간'이 줄면서 난이도가 제대로 붙었다. 대신 속도가 오르면 기둥 사이를 지나는 시간도 줄기 때문에, 위아래 구멍의 높이차를 속도에서 역산해 제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어느 순간 물리적으로 도달 불가능한 배치가 나온다. 난이도를 올리는 축을 바꾸면, 공정함을 지키는 계산도 같이 따라와야 한다.
지금 상태
캐릭터 확정, 인프라 뼈대, 게임 등록 파이프라인, 첫 게임까지 왔다. 다음은 게임을 8개까지 늘리면서 게임마다 소개·공략 글을 같이 쌓는 일이다. 텍스트 없이 게임만 있는 사이트는 애드센스에서 '가치 없는 콘텐츠'로 반려당하는 게 보통이라, 콘텐츠 축적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같이 가야 한다.
목표 시점은 3개월차 애드센스 신청, 그리고 이모티콘 24종 제안. 진행 상황은 이 프로젝트에 계속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