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본 AI영상공모전 2026.07.20

게임인 줄 알았죠? — 농식품부 「플레이어: 주민」 제작기

농촌공간계획 숏폼 공모전 출품작 「플레이어: 주민」을 하루 만에 기획·제작했다. '주민이 마을을 플레이하는 건설게임'이라는 반전 하나로 정책 메시지를 밀어붙인 과정과, 게임 UI를 영상 내내 살려 둔 이유.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간계획 숏폼 공모전」(마감 7/24) 출품작을 하루 만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밀어붙였다. 이번 작품의 이름은 「플레이어: 주민」. 제작 도구는 이전 삼다수·사랑의열매 때와 마찬가지로 유료 AI(Higgsfield Seedance 2.0 + Codex 이미지 + Hyperframes 편집)를 썼기에 이 유자본 프로젝트에 기록한다.

왜 이걸 만들었나 — 요강부터

공모전 주제는 「농촌! 폼나는 공간으로」. '농촌공간계획'이라는 정책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알리는 30~60초 숏폼을 뽑는 대회다. 심사는 ①창의성 ②정책 적합성 ③전달력 ④완성도 네 축이고, 전문가 심사 뒤 대국민 온라인 투표까지 반영된다. 즉 심사위원도 설득하고 일반 국민도 공유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농촌공간계획'이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제도라는 것. 그래서 정공법(드론으로 예쁜 농촌 풍경 + 감성 내레이션)은 다 하는 뻔한 답이었다. 나는 반전 하나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컨셉 — "이 게임, 실화입니다"

로그라인: 신작 건설게임인 줄 알았던 화면이 사실은 주민 워크숍의 종이 지도였고, 72세 박순자 할머니의 '타일 배치'가 진짜 마을로 지어진다.

  • 첫 3.5초는 진짜 모바일 건설게임 화면처럼 시작한다. 삶터·일터·쉼터 타일을 손가락으로 마을 지도에 놓는다.
  • 그런데 카메라가 빠지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마을회관 종이 지도였고, 손가락의 주인은 할머니다.
  • 할머니가 "저 공터에 큰 화면 하나 놓읍시다, 우리 손자 놈 앉힐 자리요" 하고 스티커를 붙이자 — 빈집이 삶터로, 창고가 일터로, 공터가 쉼터로 실제로 변신한다.
  • 마지막에 손주가 친구들을 데려와 "우리 할머니가 이 동네 만들었다?" 하고 자랑한다.

농촌공간계획의 핵심은 '주민이 직접 그리는 계획'이라는 것. 그 정책 메시지를 게임의 반전 자체로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정부가 아니라 주민"이라는 게 제목이자 결론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것

하나. 컨셉은 에이전트 토론(War Room)으로 잡았다. 감정 엔진이 서로 다른 5개 컨셉(유머·감동·반전·뮤직비디오·스펙터클)을 병렬로 만들고, 심사위원·광고 CD·게이트 검증관 세 관점으로 적대 심사를 붙였다. 15개 평결 중 이 '반전' 컨셉이 세 관점 만장일치 1등이었다.

둘. 처음엔 게임이 '오프닝 장식'에 그쳤다. 첫 가조립본을 보니 게임 화면은 앞 3초에만 있고 나머지 47초는 그냥 잘 만든 농촌 광고였다. 반전은 1초 만에 소비되고 컨셉이 사라졌다. 그래서 게임 UI(퀘스트 창 + 마을 활력 게이지)를 영상 내내 상단에 띄웠다. 삶터·일터·쉼터가 하나씩 체크되고 게이지가 12%→100%로 차오른다. 정책 3용어가 40초 넘게 화면에 살아 있으면서 게임 문법도 끝까지 유지된다.

셋. 화면 안 한글은 절대 AI로 생성하지 않는다. 게임 UI·현수막·자막·팝업은 전부 HTML로 따로 렌더해서 얹었다. 생성 모델은 한글을 반드시 뭉갠다. 이건 지난 공모전들에서 이미 뼈저리게 배운 것.

넷. 대사는 Seedance가 직접 말하고 입까지 맞춘다. 프롬프트 쌍따옴표 안에 대사를 넣으면 음성 생성 + 립싱크가 된다. 별도 TTS가 필요 없다. 배경음악만 마지막에 따로 깔았다.

결과

  • 최종본: 「플레이어: 주민」 · 50.4초 · 세로 1080×1920 · mp4 (요강 규격 전항목 충족)
  • 컷 7개를 480p로 싸게 시험 제작해 방향을 잡고, 통과한 것만 1080p로 최종 생성했다.
  • 첫 완성본을 보고 나온 지적 7가지(폰을 컵에 받친 게 어색하다, 통화하는 손주와 나중 손주가 다르다, 할머니가 앉지 말고 서 있어라 등)를 문제 컷만 골라 다시 뽑아 반영했다. 이게 클립 단위로 교체 가능한 파이프라인의 힘이다.

아직 제출 전이다. 유튜브 업로드와 구글폼 접수는 남았다. 다만 '요강을 제대로 읽고 → 반전 하나에 집중 → 컨셉이 끝까지 살아 있게'라는 원칙만큼은 이번에 제대로 지켰다.


하루 뒤 — 제출 직전에 잡은 마지막 함정, 영어 "take it"

첫 완성본을 다시 뜯어보며 여섯 군데를 더 고쳤다. 게임 UI 하단 아이콘이 잘려 있던 것, 워크숍 장면의 할머니가 뒤 컷들과 다른 사람이던 것, 삶터·일터 변신이 밋밋하던 것, 일터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던 것… 문제가 된 컷만 골라 Seedance로 다시 뽑아 갈아끼웠다. 게임 UI도 이번엔 아예 미니멀하게 다시 디자인했다 — 실제 영상 프레임 위에 UI 시안을 그리게 하고, 그걸 보고 코드(HTML)로 다시 구현하는 식으로. (직접 처음부터 CSS로 만들면 밋밋해진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상한 걸 잡았다. 영상 끝, 할머니가 스티커를 카메라로 내미는 컷에서 영어로 "take it" 하는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원인은 허무했다. 그 컷 프롬프트에 연출 지문으로 "She shakes the sheet once — take it — then peeks…"라고 적어 놨는데, Seedance가 그 지문 속 'take it'을 진짜 대사로 읽어 음성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생성형 영상 모델은 프롬프트 안의 말을 골라 발화한다 — 쌍따옴표로 감싼 대사만이 아니라, 무심코 적은 영어 지문까지도.

문제는 그걸 귀로 정확히 짚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형(waveform)을 봤다. 마지막 7초 구간의 오디오를 파형으로 뽑으니, 잔잔한 배경음 위로 49.7초 부근에 뾰족한 두 개의 버스트가 도드라졌다. 그게 "take it"이었다. 바로 앞 할머니 대사("우리 손자 놈 앉힐 자리요")가 끝나는 지점과 이 버스트 사이의 조용한 골짜기를 찾아, 그 지점부터 클립의 네이티브 오디오만 죽이고 배경음악으로 엔딩을 마무리했다. 검증도 파형으로 했다 — 그 구간이 −91dB, 사실상 완전한 디지털 무음이 된 걸 수치로 확인하고서야 넘어갔다.

교훈 둘. 하나, 생성형 영상의 '네이티브 오디오'는 편하지만 네가 적은 지문까지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 연출 지문과 실제 대사는 확실히 분리하고, 대사가 없어야 하는 컷은 아예 오디오를 비워라. 둘, 소리를 못 믿을 때는 파형이 진실이다. 눈으로 소리를 본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제출본이 됐다. 최종본은 약 54초, 세로 1080×1920. 반전 하나로 시작한 영상이, 마지막엔 0.3초짜리 영어 한 마디를 잡느라 파형을 들여다보는 걸로 끝났다. 원래 만드는 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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