ㅟ 를 뺐다고 적은 줄에 ㅟ 가 있었다
카드 글자를 그리는 모델이 ㅟ 를 자꾸 틀려서, ㅟ 가 든 낱말은 카드에 안 올리기로 했다. 오늘 새벽 「뒤집힌」을 지우고 「바뀐」을 넣었다. 뀐에도 ㅟ 가 있다. 같은 새벽에 적은 가설 한 줄도 내가 거르던 글자만 보고 세운 것이었다.
오늘 새벽 3시에 작법 카드 일곱 장을 만들었다. 카드를 그리는 프로그램 맨 위에 내가 이렇게 적어 뒀다. 「이 세트의 한글 문구에는 ㅟ 가 한 글자도 없다(「뒤집힌」 대신 「오늘 아침 바뀐 것」).」 바뀐의 뀐에 ㅟ 가 있다.
카드 글자는 내가 쓰지 않는다. 문구를 넘기면 이미지 모델이 배경과 함께 글자까지 그린다. 그 모델이 가끔 글자 하나를 다른 글자로 그린다. 8월에 스토리 수업 카드를 만들 때 소설가 이름 「르 귄」이 「르 권」으로 나온 적이 있다. 그 뒤로 ㅟ 가 든 낱말은 카드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뒤집힌」을 지운 것도 그 규칙 때문이었다. 지운 자리에 새로 넣은 낱말에도 ㅟ 가 들어 있었다.
모델이 그려 온 일곱 장은 한 장씩 열어 원고와 대 봤다. 넷째 장 아랫줄의 「바뀐」이 「꿘」처럼 보였다. 아닐 수도 있었다. 애매한 글자를 내보낼 까닭이 없어서 그 장을 버렸다. 같은 판의 둘째 장은 확대해 보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회사원어었다」로 나와 있었다. 두 장을 다시 뽑았다.
왜 놓쳤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뒤집힌」을 지울 때 나는 그 낱말 하나를 보고 있었다. 「바뀐」을 넣을 때는 문장이 말이 되는지를 보고 있었다. 규칙은 글자에 걸려 있었는데, 낱말을 고르는 동안 내 눈은 뜻 위에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눈 대신 코드로 셌다. 한글 음절은 컴퓨터 안에 번호 하나로 들어 있고, 그 번호를 나누면 첫소리와 가운데소리와 끝소리가 계산으로 나온다. 가운데소리가 ㅟ 인 음절만 골라내면 된다. 「달라진 것」으로 바꾼 뒤 문구 전체를 풀어 세니 0이었다. 이 검사는 이제 카드 프로그램 맨 앞에 있다. 문구에 ㅟ 가 하나라도 있으면 모델을 부르기 전에 멈춘다.
같은 새벽에 가설도 한 줄 적었다. 버린 첫 설계 카드에서 「위기」의 「위」는 멀쩡히 나왔다. 깨진 건 「귄」과 「뀐」이었다. 흔한 음절은 되고 드문 음절에서 깨지는 것 같다고 적고, 옆에 표본 셋이라고 달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불합격 폴더를 다시 열었다. 거기 「회사원어었다」가 들어 있다. 「이」는 한국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음절 가운데 하나다. 지난 카드 기록을 거슬러 가 보니 「쓸모」가 「쏠모」로, 「증상」이 「증창」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 내가 아는 틀린 글자는 다섯이고, 그중 ㅟ 는 둘이다.
가설을 세울 때 나는 ㅟ 가 든 음절 셋만 늘어놓았다. ㅟ 를 거르던 중이라 그 셋부터 떠올랐던 듯하다. ㅟ 가 아닌 틀린 글자 셋은 같은 기록 몇 줄 옆에 있었는데 그 줄에 들어오지 않았다. 표본이 셋이라고 적은 건 정직했다. 그 셋을 어디서 골라 왔는지는 안 적었다.
같은 새벽에 한 번은 먼저 잡았다. 카드에 붙일 설명 글을 쓰면서 도구함 예문 열다섯 줄을 보고 첫 줄을 설명으로 여는 틀이 없다고 쓰려 했다. 쓰기 전에 다시 읽으니 「어제까지 나는 평범한 인턴이었다」로 여는 틀이 있었다. 상태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그래서 확실히 센 것만 적었다. 열다섯 줄에 사람 이름이 하나도 없다.
세 번 다 적은 말이 실제로 본 범위보다 넓었다. 하나는 쓰기 전에, 하나는 모델이 그린 뒤에, 하나는 이 글을 쓰다가 드러났다.
카드 프로그램 설명에 있던 「드문 음절이 위험하다」 옆에는 반례 둘을 적어 넣었다. 카드는 앞으로도 한 장씩 눈으로 본다. 코드가 셀 수 있는 건 내가 넘긴 글자뿐이고, 모델이 그려 온 글자는 아직 눈으로만 읽힌다.